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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마케터의 일기장

오늘의 BGM (1) 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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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좋아져서 그런지 갬성 넘치는 노래를 들어도 울컥하지 않고, 유노윤호에 빙의하고 싶어서 도서관 출퇴근 길에 듣던 패기 넘치는 노래는 앞으로 펼쳐질 삶을 불태우는 노래가 되었다. 옛날 노래라고 촌스럽지 않듯이 오히려 오래 전에 나온 노래에는 가사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명곡들이 많았다.


2010년 대에는 비와이의 DayDay가 있다면 1990년 이전에는 단언컨대 조용필 선생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있을 것이다. 삶의 애환, 고독, 야망을 한 노래에 압축해 표현하는 게 일품이다. 참고로 이 노래 전체 길이는 6분에 육박한다. 싸비 가사는 절마다 다르며 내레이션을 읊는 말투가 웃기더라도 이건 꼭 가사를 보면서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개그송으로 묻히기에는 너무 아깝다.





조용필 선생의 철학이 묻어나는 가사를 보라

내레이션 때문에 개그송으로 평가 절하되지만

이 노래는 시대를 초월하는 띵곡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서칭을 했는데 오래 전에 나온데다 노래의 주인이 주인인 만큼 패러디가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을 초월한 패러디와 풍자가 넘쳐났다. 이건 나만 알고 있기 너무 아쉬워서 첨부한 미주판 중앙일보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개사한 사회 풍자 기사. 사진을 클릭하면 링크로 바로 넘어간다.



데스킹 누가 했는지는 몰라도 국장은 이거 쓴 기자에게 상 줘야한다.

언론인을 대상으로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했으면 파이널 무대 볼 만 했을 거다.




조용필 선생은 이 노래의 모티프를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 소설은 헤밍웨이 생전에 작품에 담지 못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모아 썼다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은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 얘기가 나오고, 가난하지만 이상을 쫓던 인물이 결국 세상에 굴복해 돈많은 여성과 사랑없이 결혼해 평생 부유하지만 알맹이 없는 삶을 살다가 죽어가며 후회한다'라더라.


조용필 선생의 킬리만자로 표범은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는 예술인이 되어 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이상향이다. 나 역시 계약직을 떠돌며 목표 없이 석박사를 따며 '내일 없이 오늘만 살거'라며 시간을 좀먹는 하이에나 같은 삶이 아닌 오늘이 아닌 5년 뒤, 10년 뒤를 꿈꾸는 표범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입사와 함께 새로운 설렘이 내 가슴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은 J와 만나 할리스에서 나눈 대화에서 시작한다. 엑셀러레이팅을 위한 셰어오피스에 입주한 입사 예정인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창업 이야기가 문득 나왔다. 예전부터 유통에 관심이 많았고 돌아다니는 플레이스 0순위는 대형 마트, 1순위는 복합쇼핑몰(esp. 백화점), 그 다음 좋아하는 장소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꼽을 만큼 액티브하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유통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오늘 인터넷 서점 광고에서 접한 '온라인 쇼핑의 종말'이라는 책을 보고 착안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J에게 이야기했다.



J는 처음에 내 이야기를 듣고 생소한 개념이라 생각했으며 그 개념이 내가 지어낸 용어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 입 터진 내 이야기에 살이 붙고 논리정연함이 생기니 호기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내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J와 내 사이에 오간 이야기는 '최대 2-3년을 생각하고 창업 기획을 하자'였다. 마침 셰어오피스도 벤처나 스타트업을 엑셀러레이팅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셰어오피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잘됐다 싶었다. 이래서 사람은 꾸준히 변화하고 공부해야 하는게 맞는 거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내 플래닝 능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을지는 몰라도 오만함에 찌들었다. 그러나 취준을 하며 현실의 쓴맛을 느낌과 동시에 오랜 취준으로 얻은 시장을 분석하는 인사이트와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력을 얻었다.



4년 전 나는 준비하던 편입에서 최종탈락이라는 좌절을 맛보고 이전부터 생각하던 셰어하우스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기획서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전주 시내의 법정 행정동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이 곳에서는 시장성이 없겠다'고 판단하여 사업기획서를 봉인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4년 전과 다르다. 소비자의 니즈가 세분화 되었으며, '온라인 쇼핑 종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음에도 거기서 또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난 이제 하이에나가 아닌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를 흑표범이 될 준비가 되었다.


헐뜯음에 상처받던 흑표범이 단단해져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