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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마케터의 일기장

지친 하루를 위로해줄 노래: 윤종신- 지친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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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취준 시즌이 시작됐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학교 교직원 중 한 명에게 연락을 했다. 으레 연락하면 반가워하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부터 어떤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듣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그런데 그날따라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카톡 너머로도 '한심한 녀석같으니' 처럼 들렸다. 기분 탓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촉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면서 생전 하지도 않은 '눈을 낮추라'는 말을 들었다. 상반기 때 다이소아성 학교 추천자로 넣어주려는 5월의 태도를 생각했을 때 완전 달라진 스탠스처럼 느꼈다. 당황스러워서 말을 돌려 다음에 연락드리겠다며 마무리지었다.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어제, 8월 한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한 오픽을 제대로 말아 먹으면서 침체된 분위기는 용암을 뚫고 나락으로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어제 운동하다가 엄마와 단 둘이 한 이야기에서도 '너무 희망적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안다. 아직 일은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이번 12월까지의 계약이 끝나면 뭐라 할 것도 없는 백수 신세가 될 것이라는 걸, 그러기에 조급해지고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싶어서 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연세대에서 공부할 때 느낀 건, 넓고 큰 곳에서 첫 시작을 끊어야 커리어에도 좋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눈을 쉽사리 낮추기 어렵다. 최소한의 처우가 보장되지 못하는 기업이 정말 많은 것도 한 몫 하고 있지.


어제야 오픽의 저주로 충격요법을 받아 집중이 쉬웠는데, 오늘은 약발도 떨어지고 계속 그 말이 생각나서 기분 최저치를 제대로 찍었다. 작년 한 해 같이 스터디를 한 오빠에게 이 얘기를 카톡으로 털어놓자마자 내게 전화를 해줬다. 어떻게 내 마음을 귀신같이 알고서는 '조급해하지 마라. 너는 지금 누구보다 잘 하고 있고, 천천히 갈지언정 포기하지 않았으니 무언가는 꼭 이룰 것이다'는 말을 해줬다.


어쩌면 내가 제일 듣고 싶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 선생님이나 엄마도 내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내게 말을 해줬지만 나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를 뿐 악의가 있는 게 아니니까. 다만 누구보다 제일 불안할 사람에게 '같은 말도 꼭 그렇게 해야하나?'는 생각이 들 뿐.


생각해보면, 나는 졸업한 2015년 2월 이후 쉼없이 달려왔다. 편입이라는 인생의 목표가 없어지니 급하게 일이라도 해야싶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4월부터 학교 교육원의 외국어 담당으로 일하며 '지금이 아니면 때려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취준을 한 것이 2015년 8월이었다. 나쁘지 않은 스펙이지만 '학점' 하나 때문에 발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능력 이상으로 과분한 결과를 얻어왔지만 출구가 없는 기다림 때문에 조급하게 일을 시작한 것이 지난 3월이었다. 역사는 겉으로 봤을 때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보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내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배울 게 없어보이던 도의회 생활에서는 조직생활에서 필요한 눈치와 연장자를 응대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배웠다. 적어도 업무 상에서 사람을 상대할 때 어려움은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리고 매일 신문스크랩으로 자료 정리를 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었으며, 남들보다 최소 3개월 먼저 자소서에 필요한 기업 및 산업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글로 정리해보니까, 내 스스로가 퇴보하고 있다는 깎아내린 행동은 정말 괜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시작인 하반기, 영어 점수가 생각만큼 안나왔으면 다시 보면 되는 것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고의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하반기를 나를 위한 시즌이라 생각하고 전진하다. 오늘은 '지친 하루'를 듣다가 자야겠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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