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푸른초원위에/세상살이

긴급 재난 문자를 시끄럽다고 죽여버린다는 장현승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신화창조라 요즘 나오는 아이돌은 잘 모른다. 차트에서 들을만한 노래가 나오면 스밍을 하거나 좋아하는 장르만 모아 음악 보관함에 넣고 꾸준히 듣는 편이다. 대학교 입학할 때쯤 데뷔한 비스트는 신화가 롤모델이라 기억하고 있다. 굳이 기억나는게 있다면 윤두준이 잘 생겼다는거? 



비스트에서 탈퇴한 장현승이 또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그제(5일) 국민안전처의 긴급 재난 문자의 요란한 알림때문에 시끄러워서 수면에 방해됐다는데 문제는 이를 향해 "죽여버려"라며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캡쳐 사진과 함께 올렸다. 해당 포스트가 업로드되고 얼마 지나지않아 그의 태도를 비판하는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의식한 듯 포스트 내용은 수정됐으나 같은 날 YTN의 저녁 뉴스에서 방영됐다.






(출처: http://www.ytn.co.kr/_sn/0117_201607051820200296)


백번 양보해서, 시끄러워 니 꿀잠을 방해했다고 치자.

비 많이 올 때 침수된 지역은 이런 알림이 하나라도 더 필요하다.

뇌 구조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저런 말을 필터 없이 싸지르는걸까.






문제의 캡쳐 사진을 들여다보자. 그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아이폰이다. 6/6S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알림이 시끄럽게 울리는 까닭은 2016년 1월 이전에 출시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가 재난 문자를 보낼 때 이전에는 재난 유형을 가리지 않고 높은 데시빌로 알림했다면 2016년 1월부터는 재난 유형에 따라 소리를 조절하여 경보를 울리게 설정했다. 



예를 들어,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을 땐 데시벨을 크게 하지 않고 푸쉬 알림만 볼 수 있게 하며, 호우 주의보/경보로 인해 침수된 지역이 있다면 이보다 좀 더 높은 경보음을, 지진은 그보다 좀 더 높게, 전쟁같은 국가 초비상 사태는 최대 데시벨을 울린다는 뜻이다.





일반인도 이딴 캡쳐와 글을 싸지르면 욕을 한바가지로 처먹을 수 있다그렇다면 이전과 달리 왜 그의 태도가 논란이 된걸까.  오늘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권영철 선임 기자의 <WHY 뉴스>에서 밝힌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설명하겠다.





출처: CBS홈페이지








첫 번째로, 어제 일어난 울산지역 지진때문이다. 어제 간밤에 울산에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는데,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실의 기록에 따르면 이 지진에서 8천 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울산에서는 1천 5백여건, 인근 경남/북에서는 각각 1천 4백건, 지진의 경우 첫 진원지에서 신고 접수 된 후 발송되는 시스템이라 대처가 늦을 수 밖에 없다. 



일단 지진을 논외로 치더라도 일기 예보에서 알려진 날씨와 달리 폭우/폭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알려야 하는 게 당연한거다. 폭우나 폭설이 굉장히 위험한게, 사람 한 명 잘못해서 휘말린다면 (특히나 물은)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많은 눈으로 농작 시설과 땅이 망가질 수 있다. 그들에게는 생명과 터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이유와 연계됐는데, 지진을 비롯한 재난의 피해와 두려움이 현실로 됐기 때문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지진 안전 지역이라고 다들 믿었는데어디가 지진 안전 지역이래, 5년 전 후쿠시마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파괴되면서 인근 국가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당장 울산에 11개의 원전이 존재하며 인근에는 월성 원자로, 고리 원자로가 존재하는데 이거만 터져도 남한 뿐만 아니라 북한까지 헬게이트가 활짝 열리는 건 시간 문제다.


실제로 지진을 느껴본 적이 있다. 작년 12월 22일 새벽에 익산에서 발생한 지진이 내가 사는 동네까지 느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대 규모였는데 엊그제 지진이 올 해 최대 규모를 그냥 찍어버렸다. 참고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이번 지진을 포함한 단 여섯 번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앙재난안전실 관계자가 직접 말한 "긴급 재난 문자로 만 명 중 단 한 명에게 도움이 되거나 실제로 구했다면, 그걸로 제 기능을 다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긴급 재난 문자의 핵심을 잘 설명한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의 잠을 깨우더라도 소수를 구하고 도움 주는 데에 제 역할을 했다면 그걸로 끝나지 않을까.


물론 문자를 받는다고 내가 사는 동네가 당장 파괴되지 않겠지. 그렇다고 365일 평생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강남역이 폭우로 인해 물폭탄이 될 거라고 누구 하나 예측했던 적이 있나. 다리 하나 침수되는 게 어제 오늘이 될 수 있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중요한지 순간의 꿀잠이 중요한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장현승의 행동은 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의 명언과 별개로 그의 인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개인의 영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인내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본인만 편하게 살기에는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그를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이번 일을 통해 미움털이 단단히 박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긴급 재난 문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중랑구 주민이 저 알림을 받지 못했다가 많은 비를 맞게된다면 그건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알림 소리가 너무 크다면 아예 꺼버리든지,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하고 안 보면 그만인 것을 그걸 또 캡쳐해서 SNS에 올리는 건 관심받고 싶어하는 애같아 보인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장현승씨에게 질문하겠다. 그대의 한 순간 꿀잠이 중요한가, 비 때문에 고생하는 다른 시민이 중요한가.